실패한 실험

  • 작성자 : 아이타의 조수
  • 주기 16.11

나는 잊혀지지 않도록 모든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완성된 보고서는 아이타에게 제출했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약간의 책임이 있겠지만, 이 모든 일은 아이타 때문이었다.

얼마 전, 아이타는 있는 줄도 몰랐던 지하 구역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이타가 비밀 입구를 열었을때 나를 처음 반긴 것은 악취였다. 밀폐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는 탁 트인 공간의 깨끗한 공기마저 압도했다. 우린 밑으로 내려갔고 내 눈이 어둠에 적응할때쯤 나는 거대한 방 하나와 작은 방 여덟개를 보았다. 방은 완전히 밀폐된 격리공간이었다. 아이타는 방에 들어있는 인간들을 보여주었다. 남성 넷, 여성 넷.

그들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아이타는 자신의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선 외부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표본이 필요했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그들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세상에 느닷없이 노출당할 것이었다. 그러한 실험을 위해 필요했을 선견지명에는 존중을 표하겠지만, 이제 와서 보면 정말이지 결함투성이었다.

아이타는 내게 바깥 세상을 볼 준비가 된 표본 하나를 소개했다. ‘오투스’라는 사내였다. 나보다 키는 컸지만, 정신은 아이나 다름 없었다. 우리가 문을 열자 그는 겁에 질린 동물처럼 문에서 물러났다. 그 때는 그것이 공포 탓이었는지 불안 탓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것이 공포였으며 당연한 반응이었음을 안다.

아이타는 내게 오투스를 데리고 상인에게 가서 아다만트를 구입해오라고 했다. 그렇게 세상을 관찰하게 된 오투스를 관찰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자 아이타는 떠났고 나는 내 앞에 선 사내를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압도당한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뭔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몇가지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당시로서는 오투스가 언어를 이해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아이타는 내게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고 나도 시험을 받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오투스에 대해 품었던 의문이 뭐였건, 나는 머지않아 답을 얻게 되었다. 원치 않았던 답과 듣고 싶지 않았던 답까지도.

아다만트 상인에게 가는 길에 처음으로 오투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기에 나는 오투스가 목청을 사용해본 경험이 몇번이나 될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시장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오투스도 거의 안정된 것 같았다.

불행히도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가 상인을 면전에서 모욕했기 때문이다. 상인은 재빨리 오투스가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인과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오투스는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다행히도 상인의 주먹은 첫번째 공격에서 멈췄다.

지금 돌아보면 그 주먹이 얼마나 큰 타격이었는지 알겠다.

오투스는 자신이 왜 공격을 받았는지 궁금해했고 내 설명을 들은 다음에는 이번이 처음 맞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보아하니 아이타는 오투스와 다른 7명을 넓고 열린 방에 들어가게 했던 모양이다. 오투스는 그렇게 풀려난동안 가끔 얻어맞고 피를 흘리곤 했던 것 같았다.

그는 폭력과 그 사용법에 관해 관심을 보였고 가는 오투스를 투기장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그 실수 때문에 나는 거의 죽을 뻔했다.

오투스와 내가 투기장을 떠날 즈음, 그는 더이상 아이타의 얌전한 실험체가 아니었다. 그는 변해버렸다. 좀 과할 정도로 빠르게 말이다.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열을 올리며, 오투스는 폭력에 대한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는 언제 폭력을 사용해도 되는지, 왜 폭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때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다. 난 최선을 다해 답하려 했지만, 오투스는 내게 대답할 시간도 거의 주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아무도 자신을 아프게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도 알겠다면서 말이다.

나는 오투스를 지하실의 입구로 데려갔지만, 그는 “싫어!”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아마 100번은 같은 짓을 반복했을 거다.

해가 지고나서도 한참은 더 지난 후에야 나는 계단 아래서 피투성이가 되어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중앙의 방에는 결코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뒤틀리고 훼손된 시체 7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대부분은 얼마나 얻어맞은건지 얼굴이 뭉개져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핏자국은 모든 방에서 중앙으로 이어졌다. 오투스는 방에서 실험체들을 하나씩 끌어내어 죽인 것이다. 물론 오투스는 도망쳤다. 내 생각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죽었다고 생각해서 나를 내버려두었던 것 같다.

오투스가 저지른 짓을 아이타에게 말하자 그는 크게 화를 냈지만, 그건 아이타의 책임이다. 아이타는 자기 실수를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건 아이타는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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