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현자로 산다는 것

순번 19
글쓴이 톰 카바나
호칭 현자
진짜 이름 아이타

관측소 위치에 홀로 남아 그 비밀을 캐내려 했지만 성서보다 두배는 두꺼운 책이 있어야 모두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몽상이 밀려들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거의 일주일을 머무르는 사이 섬의 원주민 한무리가 찾아왔는데, 내 생각에 티아노 부족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먼저 날 발견했고, 아마도 바로 날 죽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너무나 놀란 그 순간 내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뭔가가 발휘된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본 원주민들은 동작을 멈추고 느린 동작으로 무릎을 꿇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들이 이곳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 그들이 맹세한 대상은 이전의 현자라고 알려주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조상이 맹세한 거겠지. 마지막 ‘현자’가 이곳에 온지 150년의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들은 현자의 무덤이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표시가 없어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이 성스러운 곳에 발을 디딘지 40년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질문이 맴돌고 있다. 나 같은 자가 다 합쳐서 몇명이나 이곳에 왔을까? 현자의 시초 이후 거의 8000년이 흘렀으니 아마 내 앞에 꽤 많은 자들이 왔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몇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읽었다면 곧 공개할 이곳에서 내가 쓴 마지막 편지를 기대하시라. 그 편지는 관측소 근처에 묻혀있다. 그 위치는 관측소의 수호자들에게 이 필멸의 격동 속에서 나의 시간이 끝날때 날 묻어달라고 지시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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