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스의 청동

아르고스 소개

훗날 아르고스가 들어서게 될 지역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천년 경이지만, 공식적으로 도시국가가 설립된 것은 기원전 7세기 무렵입니다.

아르고스의 주된 사업 중 하나는 야금 산업이었습니다.

기원전 8세기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르고스는 긴 옷핀, 삼발이 가마솥, 우수한 갑옷 같은 상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아르고스인들은 뛰어난 기술에 창의력을 더해 예술적인 청동 조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르고스의 조각상은 기원전 6세기~5세기까지 큰 유명세를 떨쳤죠.

고고학자들은 아르고스 전사의 무덤에서 투구와 몸통 갑옷을 포함한 독특한 청동 갑옷 세트를 발견했습니다. 이 종 모양의 몸통 갑옷은 현존하는 갑옷 중 가장 오래된 철기시대 그리스의 유물입니다.

몸통 갑옷과 투구의 형태는 아르고스의 유명했던 기술적 우수성과 조각 기술을 보여줍니다.


제련과 용해

청동은 90%의 구리와 10%의 주석으로 구성된 합금입니다.

때문에 조각에 사용할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리와 주석을 녹여 조합해야했죠.

완성된 청동 합금은 특수제작한 용광로에서 녹여냈습니다.

작업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연료가 소모되었는데, 대개 특별한 종류의 나무로 만든 숯이 사용되었습니다.

용광로에는 보호용 점토를 발라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청동의 녹는점이 섭씨 950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한 이야기죠.

필요한 청동을 녹여 추출했다면, 용광로는 해체하여 폐기했습니다.

‘검은 청동’은 고급스러운 검은 녹청으로 덮인 고대의 청동 유물을 지칭하는 현대 용어입니다. 검은 청동의 예시로는 제작시기가 기원전 2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미케네 상류층의 장식용 청동 단검을 들 수 있습니다. 단검에는 검은 상감 무늬를 새기고 ‘금속 칠하기’ 기법을 사용해 금은을 입혀 장식했습니다.

반면 ‘코린토스 청동’은 금빛을 내기위해 고갈도금법으로 금박을 입힌 구리 합금을 지칭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코린토스 청동은 기원전 146년, 코린토스 화재로 인해 대량의 금, 은, 구리가 녹아내리면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플리니우스는 코린토스 청동을 활용했던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기원전 2세기보다 훨씬 이전 시기의 사람들임을 들어 이 이야기의 진위를 의심했습니다.


실납 주조법 과정

기원전 8세기 경에 만들어진 대다수의 소형 조각상은 통주식 실납 주조법이라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원전 7세기의 금속공은 중공식 실납 주조법이라는 더 효과적인 주조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요점만 말하자면, 이 과정은 밀랍으로 조각상의 주형을 만들고 그 위에 거푸집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 다음 거푸집에 청동을 부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내는거죠.

이 공정은 재료를 절약하는 동시에, 더 가벼운 조각상을 제작할 수 있었으며,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했습니다.

실납 주조법은 망치질, 선 세공, 입상 세공과 함께 고대 장신구 세공의 주요 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반지, 귀걸이, 팔찌, 옷핀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용접과 마감

조각상의 모든 부품을 주조한 뒤에는 부품들을 하나로 합친 다음 냉간 가공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특별히 맞춤제작한 청동조각을 덧대어 조각상에 생긴 구멍이나 균열 같은 결함을 고쳤죠.

그런 다음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때까지 조각상의 표면을 정리하고, 깎아내고, 윤을 내어 손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날카로운 공구를 사용해 머리카락, 눈썹, 수염 같은 세부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눈의 경우에는 송진 같은 접착제를 사용해 상아, 유리 혹은 은을 끼워넣어 만들었습니다.

또 이빨과 손톱은 은으로, 입술과 젖꼭지는 구리로 상감했죠.

이처럼 섬세한 손질은 조각상에 색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듯한 외형을 더해줬습니다.

청동은 산화와 풍화에 의해 부식됩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며 청동의 표면은 녹색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일단 산화동으로 된 층이 형성되면 그 아래의 청동은 추가적인 부식과 풍화로부터 보호 받습니다. 이 표면 보호층은 녹청이라 부르며, 자연적으로, 혹은 인공적으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청동 조각상의 녹청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녹청의 색은 대개 동상이 묻혀있던 토양이나 조각상의 발견된 바다의 성분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예를들어 도도나에서 찾은 작은 제우스 조각상의 밝은 녹색을 띠는 녹청은 그 지역 토양 성분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청동 조각상의 시대 구분

그리스의 청동 조각상은 길고도 다양한 변천사를 겪어왔습니다.

기원전 900~700년에 이르는 기하학적 시기에 만들어진 조각상은 주로 이상적인 영웅과 전차 조종수, 그리고 말을 묘사하고 있었으며,

대개 성소에 봉헌되곤 했습니다.

기원전 7세기부터는 동방화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그리스인들은 동방의 조각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조각상이 묘사하는 내용도 그리핀이나 스핑크스 같은 신화적 존재들에 이르기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고졸기 양식의 조각상은 인체 해부학에 대한 보다 발전된 이해를 보여주며,

이는 헬레니즘 시기의 현실적이고 힘찬 인간 조각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리아체 청동상은 1972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연안의 바다에서 끌어올린 두 점의 실물 크기 조각상입니다. 조각상의 제작시기는 기원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질서, 비례, 조화, 대칭이라는 고전기 그리스 조각상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전사의 나체를 묘사한 이 조각상은 수염과 얼굴을 통해 알 수 있듯, 원숙한 전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각상의 신체는 튼튼하고 활력이 넘치며 근육질입니다. 자세로 미루어 보건대, 조각상들은 각각 왼손에는 방패를, 오른손에는 창이나 검을 들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두 조각상은 아마도 같은 작업장에서 제작했겠지만, 조각가가 누구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폴리클레이토스의 유산

아르고스는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유명한 조각가 중 하나인 폴리클레이토스의 고향이었습니다.

도리포로스와 디아두메노스 같은 작품은 물론, 조각에 대한 그의 저서인 카논 역시 예술계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나 이상적인 인체 비례에 대한 부분에서 말이죠.

안타깝게도 폴리클레이토스가 만든 조각상의 원본은 고대에 만들어졌던 다른 대부분의 청동 조각상들과 마찬가지로 유실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많은 청동 조각상들이 무기, 탄환, 심지어는 교회 종을 제작하기위한 재료로 재활용되었던 까닭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날까지 그리스 조각의 걸작품을 가장 잘 보존한 경우는 로마시대의 대리석 사본일 따름입니다.

그리스의 조각은 고전기1)기원전 480~323년에 절정에 달했으며, 조각이라는 예술의 형태와 기능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고전기 조각상의 주된 특징은 해부학적 측면과 현실적인 자세라는 측면에서 정교해졌다는 점입니다. 실제 인간을 묘사하기 시작하면서 조각상은 더욱 현실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실납 주조법을 통해 제작한 청동 조각상의 인장력과 가벼운 무게가 이런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로 인해 대리석 조각과는 달리 버팀목이나 교각 없이도 다양하고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각주   [ + ]

1. 기원전 480~3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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