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계보

페르세포네

고전 시간에 조느라 바빴을 암살자들을 위해 간략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신들의 왕이자 폭풍을 불러오는 자인 제우스는 수확의 여신인 데메테르와 눈이 맞습니다. 이상한 조합 같지만, 제우스의 전력을 생각해보면 이건 비교적 건강한 관계였습니다. 둘 사이에서 딸인 페르세포네가 탄생했는데 아름답고 순수한, 전형적인 소녀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하데스가 무시무시한 불멸의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나타나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저승세계로 끌고 갔습니다. ─이 장면은 빅토리아 시대 남성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놀랍지도 않네요.─ 아무튼, 데메테르는 ─아주 당연하게도─ 큰 충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땅에서는 초목이 자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그리스에는 기근이 닥쳐왔고, 인간들은 어서 인질 협상을 시작하라고 빌기 시작했죠. 이에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겠다고 했지만 이미 손을 써둔 상태였습니다. 페르세포네가 석류알 몇개를 먹어버린 것이죠. 저승의 음식을 먹었기에 페르세포네는 1년 중 일정 기간은 저승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은 이것이 바로 겨울의 유래라고 믿었고, 이수는 이것이 사이 나쁜 부부가 저승의 패권을 두고 다투게 된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도니스

아무리 고전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이 인물은 알 겁니다. 헬스장에서 자기 이두박근에 뽀뽀하는 셀카 찍어올리는 사람 있죠? 그게 바로 아도니스예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아도니스는 잘 생겼지만, 인간의 몸이었던, 아프로디테의 연인입니다. 그의 탄생 배경은 신화라는 점을 생각하고 봤을때도 상당히 막장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 여신의 저주를 받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임신시키죠. 아프로디테는 여기에 살짝 죄책감을 느꼈는지, 갓 태어난 아도니스를 저승으로 데려가 페르세포네에게 양육을 부탁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찾으러 저승으로 돌아가니, 아니 이것 봐라? 아주 잘 생긴 청년으로 자랐네요? 그리하여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완전히 반해버립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도 아도니스를 사랑하고 있었고 ─막장이라고 미리 말했습니다.─ 두 여신은 누가 아도니스를 차지할지를 두고 싸우게 됩니다. ─그 많고 많은 신 중에 하필이면─ 제우스가 해결책을 제시했고, 아도니스는 남은 삶의 3분의 1은 아프로디테와, 또 다른 3분의 1은 페르세포네와, 남은 3분의 1은 혼자서 유산소 운동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썩 명쾌하진 않지만 이걸로 왜 카산드라가 만난 아도니스가 혼란스러운 상태였는지는 어느정도 설명이 되겠군요.


헤르메스

이런 맙소사, 헤르메스는 열심히 공부한 입장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신이에요. 고전의 내용을 따르자면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입니다. 동시에 그는 사기꾼이자 마법사이며, 최소 40명의 여신과 사랑을 나눈 신이기도 하고, 수많은 자식을 둔 아버지이자 100개의 눈을 가진 괴물을 쓰러뜨린 강인한 전사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신화의 만능 캐릭터죠. 이수 헤르메스는 피타고라스의 조언자인 모양인데, 모종의 이유로 신비술에 빠져있습니다. 알레스터크로울리가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몰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만약 알았더라면 템플기사단이 이미 한참 전에 이 전쟁에서 승리했을테니 말입니다.


헤카테

고래 그리스에서 헤카테는 믿음직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마법과 교차로, 주술의 여신이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지만, 그건 우리끼리의 비밀로 해두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 당한 후, 헤카테는 데메테르가 딸을 찾도록 도왔습니다. 이후 페르세포네가 매년 저승으로 돌아갈 시기가 되면 헤카테는 페르세포네를 따라갔죠. 그러한 자매애는 계속 이어져, 현대의 마술 숭배자들은 오늘날까지도 헤카테를 위한 불을 피워 올린다고 합니다. 이수 헤카테로 돌아와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녀가 지닌 과학지식은 이 분야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데스

여기서 말하는 하데스란 하데스가 아니라 하데스를 뜻합니다. ─네, 이래서 신과 장소의 이름이 같으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하데스 신은 티탄족의 일원으로 헤라, 제우스, 포세이돈처럼 널리 알려진 형제자매가 있었습니다. 물론 모두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통째로 삼켜버렸죠. ─왜 그랬는지는 본인만 알겠습니다만.─ 제우스는 그중 막내로 태어나 먼저 잡아먹힌 다른 형제자매를 구해줬습니다. 티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하데스, 제우스, 포세이돈은 각자 지배할 영역을 나눴습니다. 하데스는 저승세계를 담당하게 됐죠.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제비뽑기로 뽑았으니 공정한 결과였습니다. 이수들은 하데스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신화가 묘사한대로 하데스는 냉정하고 소극적인 친구입니다. 물론 멋있어 보일 거라는 제우스의 말에 넘어가 꽃을 따던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아내로 만들었을때만 빼고요.


카론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죽으면 근처에 자신을 묻어줄 사람은 물론 입에 동전을 물려줄 사람이 있기를 빌어야 합니다. 만약 없다면 100년동안 스틱스 강가를 신나게 떠돌아야 하니까요. ─너무 심하다고요? 규칙은 규칙이죠.─ 그리고 카론을 규칙을 따를 뿐입니다. 카론의 아버지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입니다. 카론에게는 두 형제가 있는데, 바로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히프노스입니다. 하지만 카론은 그냥 카론입니다. 카론이 에레보스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 받지는 못한 게 분명합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신화에서 카론은 오디세우스, 디오니소스, 헤라클레스 같은 수많은 유명인을 만났습니다. 신들의 택시 운전사였던 셈입니다. 이수 카론도 이 역할에 적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네요.─


포세이돈

포세이돈. 제우스, 하데스, 헤라 등등의 형제. 바다와 지진의 신. ─음? 말의 신이기도 하다고요? 뭐, 좋아요.─ 포세이돈은 아테네의 수호신이 될 뻔했습니다. 아테나에게 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테네는 포세이도스라고 불렸을 겁니다. 좋은 정보 하나 드리죠. 도시를 걸고 내기를 할때는 도시에 소금물 말고 올리브 나무를 주세요. 포세이돈은 우아한 패자로 남기보다는 노여운 신이 되길 선택했고,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아테네인을 벌하기 위해 해일을 일으켰습니다. 이걸 본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재차 확신했을 겁니다. 포세이돈의 아들 중에는 아틀란티스를 처음으로 다스렸던 아틀라스가 있습니다. 이수 포세이돈은 포세이돈답게도 아틀란티스를 직접 다스리고 싶어했고 덕분에 아틀라스는 짠맛을 톡톡히 봐야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아틀라스

아틀라스라고 하면 대개 세계를 짊어지고 있는 티탄을 떠올리겠죠. 이수 아틀라스는 그 아틀라스가 아니라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이쯤 되면 솔직히 이름을 좀 구별할 수 있게 지으려는 노력을 안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아틀란티스 조차 아틀라스라는 이름에 몇글자 끼워넣은 것 뿐이잖아요.─ 잠깐 옆길로 샜네요. 신화에서 아틀라스는 필멸자 여인 클레이토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아들입니다. ─정신나간 얘기지만, 사실 클레이토는 쌍둥이를 다섯쌍이나 낳았다네요. 그래도 아버지가 신이었으니 애보기는 쉬웠을 겁니다. 그 신이 제우스라면 정말 유감입니다만.─ 이수 버전의 신화에서 아틀라스는 아틀란티스를 잠깐 다스리긴 했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포세이돈에게 통치자의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아틀라스는 분명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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