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크의 계시

알 무알림

암살단은 알 무알림이 위대한 스승이었지만, 탐욕으로 인해 타락하여 템플 기사단과 손잡고 에덴의 사과를 차지했다고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교활하고 철두철미한 지도자였다. 가장 우수했던 제자인 알타이르 이븐-라 아하드를 이용하여 공범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에덴의 사과를 독점했고, 그로써 세계 평화를 유지하려 했던 인물이다.

알 무알림이 템플 기사단의 일원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겠지만, 평화에 대한 그의 이상은 암살단보다는 기사단의 철학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에 두 집단은 평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으며, 오로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알 무알림이 알타이르에게 살해되지 않고 계획을 실현할 수 있었다면, 기사단과 암살단은 지금처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알타이르가 “자유 의지”라는 새로운 이상을 가지고 암살단을 개혁한 이후에야 분쟁이 격화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산 속의 현자”라는 암살단의 핵심 인물도 우리와 비슷한 관점을 가질 수 있었는데, 다른 암살자들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밥티스트

프랑수아 막캉달은 밥티스트를 노예 신분에서 구해주었으며 소위 형제단에 끌어들였다.

막캉달은 포악한 스승이었고, 노예를 해방하려고 날뛰는 와중에 신조를 스스로 저버리고 귀족들을 무별적으로 학살했다.

암살자들은 그릇된 생각을 품었을지언정 의로운 자들도 적지 않았다. 막캉달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마들렌 드릴의 치밀한 공작 덕분에 템플 기사단은 1758년에 막캉달을 공개처형하여 본보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형제단은 빠르게 와해되었다.

밥티스트는 동료들과 어릴적 친구인 아가테가 루이지애나로 도주하는 것을 보고 막캉달의 형제단에서 보냈던 삶이 무익했음을 깨달았다.

마들렌은 밥티스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뉴올리언스의 템플 기사단에게 그와 협상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아가테를 은신처에서 유일하여 처단하면 템플 기사단에 받아준다는 조건이었다.

밥티스트는 아블린 드 그랑프레라는 암살자에게 살해되었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기사단의 이상이 암살단의 테러리즘보다 본질적으로 우위에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던컨 월폴

던컨 월폴은 여러 직위를 거쳐 암살단 마스터까지 올랐지만, 암살단은 그의 기량을 육성할 방안을 강구하기는 커녕 바다 건너 서인도 제도로 좌천시키고 말았다.

거기에서 던컨은 전직 쿠바 총독이자 기사단 그랜드마스터인 라우레아 노 토레스의 눈에 띄었다.

토레스는 그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평화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선구자 유물을 암살단이 선호하는 살인과 음모가 아닌 감시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안타깝게도 던컨은 템플 기사단에 의해 기량을 꽃피우기도 전에 해적에게 살해당했다.

던컨의 이야기는 불행한 결말로 끝났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평화와 질서라는 템플 기사단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개인적인 영달과 성취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헤이덤 켄웨이

헤이덤 켄웨이는 다소 평가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나는 물론 그를 대단히 존경하고 있다. 어쨌든 식민지 지부의 그랜드마스터로서 선구자 유적지를 발견해낸 인물이니까.

헤이덤은 교활하고 비정했지만, 결정적일때 이따금 감상적인 면모를 보여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영국의 그랜드마스터인 레지널드 버가 그를 양육하여 템플 기사단원으로 만들었다.

헤이덤은 이후에 그의 아버지인 에드워드가 암살자였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에도 아버지의 뒤를 따르지않고, 기사단에 남은 것은 스스로의 길이 옳다고 확신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이 버치임을 알게 되자, 헤이덤과 그의 누나는 버치를 살해하여 복수를 이루었다.

그때부터 그의 몰락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사단원은 사소한 감정이 아니라 쓸모가 있는지에 따라 살생하는 법이다.

식민지에서 그에게 대적하는 암살자인 코너가 그의 아들임을 알았을때도 감상적인 유약함으로 인해 섣불리 칼을 쓰지 못했다. 반면에 코너는 아버지를 도륙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다니엘 크로스

헤이덤 켄웨이와 같이 다니엘 크로스는 암살자 집안 출신이다. 오렐로프 가문은 최소한 두 세대에 걸쳐 암살단에 봉사해왔다.

다니엘 크로스는 약물중독과 애니머스로 인한 정신질환에 시달렸지만 기사단을 위해 많은 공적을 세운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는 워렌 비딕의 수배로 암살단에 위장 잠입하여 그들의 신뢰를 얻어, 결국 은둔중이던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잠재의식 프로그래밍이 발동하여 스승을 살해했는데, 이는 현대에 최초로 감행된 “대숙청”의 계기가 되었다.

알 무알림. 하라스. 발리 셀 트라다트. 밥티스트. 던컨 월폴. 헤이덤 켄웨이. 루시 스틸만. 다니엘 크로스.

이들은 우리쪽으로 기꺼이 전향할 의사가 있는 암살자들이 앞으로도 언제나 존재하리라는… 나의 추측을 증명해주는 극명한 사례중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셰이 코맥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모든 암살단원은 이 불편한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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