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앱스테르고 아카이브에는 ‘그 현자‘ 또는 ‘현자‘라는 인물에 대한 몇가지 참고자료가 있긴 하나, 가뭄에 콩나듯 귀하다. 게다가 설명은 자료마다 달라서 저마다 다른 장소에, 그것도 아주 다른 시대에 살았던 제각각의 인물을 가리키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자료는 수메르의 점토판에 설형문자로 새긴 것이고, 가장 최근의 자료는 라우레아노 토레스가 자신의 일기에 붙인 각주로, 날짜는 1704년 1월로 되어있다. 앱스테르고의 기존 연구자료를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1200년동안 전세계에는 서로 다른 ‘현자들‘이 7명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수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런 다양한 목격담 각각을 연결해 보았을때 가장 이상한 점은, 그 현자들이 서로 놀라울 정도로 흡수하게 생겼다는 사실일 것이다. 외모에 대한 묘사가 서로 어찌나 비슷한지 누가 봐도 그 현자들은 실제로는 불멸의 존재 한명이 시대를 달리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7가지 참고자료 중 두군데에는 현자가 죽었기에 매장했다는 언급이 적혀있다. 그렇다면 이 현자는 일종의 환생을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현대의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환생이니 불명이니 하는 것보다 더욱 간단하고 명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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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위한 노력을 통해 일련의 편지들을 입수한 덕분에 이제 이 ‘현자’라는 존재에 대해 어느정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현자라는 이 남자는 이른바 ‘최초 문명’의 선각자 중 한명인 ‘유노’가 자신의 남편 ‘아이타’의 도움을 받아 감행한 괴상한 실험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유노는 아마도 남편의 DNA를 확보하여 그 유전물질을 조작, 일종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전자 기능이 없는 ‘정크 DNA’를 인간 게놈에 삽입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듯하지만,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면 인간의 수태기에 갑자기 활성화되어 말 그대로 인간 배아의 게놈을 아이타의 게놈으로 변형시켜 버린다. 이렇게 하여 태어난 인간 남자아이는 유노의 남편의 인격과 지능을 거의 완벽하게 복제하고 그 기억도 고스란히 지닌 클론으로, 유노와 아이타의 사이에서 태어났어야 했을 아이의 대체물이 되는 것이다.

유노가 어째서 남편과 똑같은 클론이 수세기, 아니 수천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여러번 태어나기를 바랐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특히 유노와 그녀의 일족이 이 지구의 땅을 밟은 지 채 100년이 지나지 않아 최초 문명이 멸망해버렸음을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타’를 그대로 빼다박은 복제인간이 태어나 이 지구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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